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은 어릴때부터 많이 읽었다. 그러다보니 약간 비슷비슷한 느낌이 있어서, 어떤 제목의 책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었는지 헷갈리는 것도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책의 강점은 상상력이 풍부한 줄거리와 쉽게 읽히는 문체라고 생각한다. 요근래 역사소설도 많이 읽고, 조금 딱딱한 인문학도 읽고 하다보니 그냥 생각없이 오롯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을 몇권 샀다. 그 중 하나가 '죽음'이었다. 작가를 보고 산 책이었다. 주인공인 가브리엘의 영혼은 영매인 뤼시에 의해 자신이 죽은 영혼임을 알게 된다. 하지만 왜 죽었지? 누가 죽였지? 이 의문을 알 수가 없다. 자신이 타살했다고 믿는 가브리엘의 영혼은 뤼시를 통해 자신을 죽인 사람이 누구인지 찾고자 한다. 영매인 뤼시는 영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
정유정 작가의 종의기원을 읽고. 처음엔 제목을 보고 끌렸다. 첫장을 넘겨 읽기 시작하니 제목과 그다지 상관관계가 없는 것 같은 소설이 시작됐다. 왜 제목을 종의기원이라고 했을까, 궁금증을 안은채 읽기 시작했다. 주인공 유진은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조종당하고 있다고 느끼며, 답답합을 느낀다. 그의 엄마와 이모는 유진을 자꾸만 통제하려 하고, 유진은 그것을 이해할 수도 없고, 벗어나고 싶은 것으로 여긴다. 유진은 가끔씩 발작증세를 겪는데, 아마 그것때문에 엄마는 자신의 안전을 위한 것이겠지만, 평생 그러한 통제 하에 살고 싶지 않은 유진은 몰래 약 먹기를 중단하곤 한다. 그 약은 정신과 의사인 이모가 처방해준 약이었다. 어릴적 유진에게는 쌍둥이 형이 있었다. 형은 밝고 쾌활한 성격이었고, 반면 유진은 아주..
상실의 시대를 읽고. 중고서점을 좋아하는 편이다. 알라딘 중고서점을 종종 가는데, 이날도 어김없이 서점 안을 서성이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익숙한 이름이고, 유명한 작가인데 한번도 읽어본 적이 없는 책이라 손이 갔다. 무려 1989년에 쓴 책이었다. 아무튼 난 이 책을 사서 읽기 시작했다. 소설은 주인공인 나, 와타나베의 회상으로 시작한다. 18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생생하지만, 조금은 잊혀진 기억속 주인공은 바로 나오코이다. 나의 어린시절에는 나오코와 기즈키가 함께였다. 셋은 서로에게 거의 유일한 친구사이였지만, 기즈키의 돌연 자살로 인해 나와 나오코는 특히 충격을 먹는다. 특히, 나오코는 기즈키의 더 오랜 친구이자, 연인 관계였기에 그 충격이 더 컸던 것 같다. 대학에 진학 한 후, 나와 나오코는 기즈..
한권으로 읽는 손자병법을 읽고. 손자병법이 중국의 고전이고, 그 시절의 병법서라고는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서까지도 유용한 삶의 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말은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아무래도 중국 고전이라는 것이 쉽게 읽혀질 것 같지 않은 생각이 들어, 감히 책을 읽어 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중고서점에서 한 권으로 읽는 손자병법, 이 책을 보게 됐고 원문을 읽기 전에 한번 읽어보는 것도 꽤 나쁘지 않은 접근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책을 구매해 읽어보았는데, 하루만에 한권을 다 읽어버렸다. 중국이 배경일 뿐이지 소설로서의 재미는 모두 담고 있어어 생각보다 쉽게 읽혀졌다. 물론, 원문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 책에서는 ‘손자’라는 선비가 병법에 관해 스스로 연구한 내용을 기반으..
내 눈에 사람들은 다들 힘들게, 바삐, 열심히 살아가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지금 힘들다고 말하는 게 들리지 않는 것 같다. 나는 지금 이 생활이 미치도록 지겹다.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하고싶은 일이나 하며 그럭저럭 게으르게 살아가고 싶다. 그랬다가는 금방이라도 굶어 죽을지도 모르는 이 험난한 세상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노후에 편하게 살기 위해서 지금 이 일을 열심히 하면 아마 그 목표는 성공적일 것이다. 하지만 그 노후를 위해 난 앞으로 30년간 하기싫은 일을 나의 명예처럼 끌어안은 채 태연한 척, 보람이라도 느끼는 것 마냥, 행복한 사람처럼 연기하며 살아가야 한다. 사람들은 내 직업을 두고 그만두기 아까운 직업이라고 한다. 왜 그만두고 싶어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