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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를 읽고.
중고서점을 좋아하는 편이다. 알라딘 중고서점을 종종 가는데, 이날도 어김없이 서점 안을 서성이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익숙한 이름이고, 유명한 작가인데 한번도 읽어본 적이 없는 책이라 손이 갔다. 무려 1989년에 쓴 책이었다. 아무튼 난 이 책을 사서 읽기 시작했다.
소설은 주인공인 나, 와타나베의 회상으로 시작한다. 18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생생하지만, 조금은 잊혀진 기억속 주인공은 바로 나오코이다. 나의 어린시절에는 나오코와 기즈키가 함께였다. 셋은 서로에게 거의 유일한 친구사이였지만, 기즈키의 돌연 자살로 인해 나와 나오코는 특히 충격을 먹는다. 특히, 나오코는 기즈키의 더 오랜 친구이자, 연인 관계였기에 그 충격이 더 컸던 것 같다.
대학에 진학 한 후, 나와 나오코는 기즈키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함구하다시피 하며 만남을 가졌다. 특별히 사귄다랄지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몇번의 만남, 그리고 마지막이 될지 몰랐던 그날 밤 나와 나오코는 함께 잤다. 나오코는 처음인듯 했고, 기즈키와는 왜 자지 않았느냐는 후회스러운 질문을 남긴채, 이후 나오코는 연락이 두절된다. 그리고 긴 시간이 흐른 후 나오코는 언젠가 서로에 대해 잘 알때까지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편지를 보내온다.
나는 그사이 미도리라는 여자를 알게 된다. 나는 미도리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또 가끔은 나가사와 선배와 함께 허무한 밤시간을 즐기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사이 미도리는 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듯 하지만, 나는 애써 모른척 하거나 혹은 정말로 모른채 시간이 흐른다.
그리고 나는 나오코가 있는 요양원으로 면회를 가게 된다. 그곳에서 나오코의 룸메이트인 레이코를 알게 되고, 그곳에서의 며칠 동안 나는 나오코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듣고, 또 나오코와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나오코와의 마지막 날과 같은 밤은 보내지 못하지만, 나오코의 시간들을 함께 한다. 짧은 요양원에서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돌아온 나는 미도리와 거의 아슬아슬한 시간들을 보낸다. 미도리는 거의 노골적으로 나에 대한 관심을 보이지만, 나는 나오코와의 관계에 대한 확신이 들기까지는 나가사와 선배와의 밤시간도 보내지 않았으며, 다른 여자와의 잠을 자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두번째 면회. 그리고 다시 도쿄로 돌아오지만, 결국 나오코의 죽음에 대한 소식이 전해진다. 이후 나는 거의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미도리에게 제대로 된 인사도 하지 못하고, 혼자만의 여행을 떠난다. 이로 인해 미도리와의 관계도 멀어지지만, 그런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이 나는 여행 아닌 여행을 계속 한다.
그리고 여행이 끝나고 돌아오는 나에게 레이코의 연락이 닿아, 며칠간 함께 머무르며 나는 레이코와의 대화를 통해, 미도리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레이코와의 헤어짐을 앞두고 나는 레이코와도 잠을 잔다.
결국 책의 마지막에 나는 미도리와의 통화를 하게 되고 소설은 끝이난다. 미도리는 "자기, 지금 어디 있는거야?"라는 질문을 하는데,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깨닫기 어려움을 느낀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물론 재밌게 읽었다. 조금 두껍지만, 전개가 빨라 지루할 틈 없이 읽을 수 있었다. 또 등장인물 개개인의 이야기 하나하나를 보아도 제법 재미를 준다. 제목은 왜 '상실의 시대'일까. 소설속에 등장하는 나, 나오코, 기즈키, 레이코, 미도리는 모두가 무언가 하나쯤은 상실한 인물들이다. 나오코는 기즈키를 잃으며 정신적인 음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기즈키는 겉으로는 쾌활한 성격이나 사실은 우울감에 빠져 결국 생을 포기한다. 레이코는 피아노에 재능을 갖고 주변의 인정을 받던 어린시절이 있었으나, 어느순간 신경성인지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아 모든 꿈을 포기해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겪는다. 이후 어느정도 치료가 되는 가 싶었으나, 또 한번 사람에게 배신당함으로서 온전히 미쳐버린다. 미도리는 부모의 애정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애정결핍을 겪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인 나는 어쩌면, 모든 상황들, 친구의 죽음,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의 죽음, 생활 속의 허무감 등 현실적인 어려움속에 놓여있다. 누구하나 조금의 결핍도 없는 사람은 없다.
그 속에서 주인공인 나는 마지막에 미도리에 대한 사랑을 깨닫는다. 그리고 내가 지금 어디있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지만 사실 나는 내가 있어야 할 곳을 깨닫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모두가 평범하지만 제각기 사연을 가지고 살아가는 현대사회 속에서 상실의 시대는 조금은 마음의 위로를 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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