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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직장인의 애환

퐝구 2020. 2. 16. 19:34

내 눈에 사람들은 다들 힘들게, 바삐, 열심히 살아가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지금 힘들다고 말하는 게 들리지 않는 것 같다. 나는 지금 이 생활이 미치도록 지겹다.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하고싶은 일이나 하며 그럭저럭 게으르게 살아가고 싶다. 그랬다가는 금방이라도 굶어 죽을지도 모르는 이 험난한 세상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노후에 편하게 살기 위해서 지금 이 일을 열심히 하면 아마 그 목표는 성공적일 것이다. 하지만 그 노후를 위해 난 앞으로 30년간 하기싫은 일을 나의 명예처럼 끌어안은 채 태연한 척, 보람이라도 느끼는 것 마냥, 행복한 사람처럼 연기하며 살아가야 한다. 사람들은 내 직업을 두고 그만두기 아까운 직업이라고 한다. 왜 그만두고 싶어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는 것 같다. 나 역시 의구심이 든다. 정말 그만두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까?

 

나는 지금 그저 하기싫은 일을 하지 않기 위해 한발짝 물러서는 것 뿐이지는 않을까. 내가 하고싶은 일이 돈을 벌기 위해서는 결국 또 하기싫은 일이 되어버리지 않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왜 꼭 돈을 벌어야 할까. 돈을 쓰지 않을테니 돈을 벌지 않겠다고 한다면 우스운 사람이 되버리겠지.

 

모두가 참고, 묵묵히 견뎌내고 있는 시간들을 나혼자 참지 못해 안달이 난 것 같다. 이 세상의 모든 직장인들에게 같은 애환이 주어진다면, 그것으로부터 탈피한 사람들은 참을성이 부족한 사람들일까? 나는 인생의 60퍼센트를 참을성을 기르며, 그나마 굶어죽지 않고 이 평범한 삶을 연명하고 있음에 감사하며 나의 노후를 기다려야 할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