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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은 어릴때부터 많이 읽었다. 그러다보니 약간 비슷비슷한 느낌이 있어서, 어떤 제목의 책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었는지 헷갈리는 것도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책의 강점은 상상력이 풍부한 줄거리와 쉽게 읽히는 문체라고 생각한다.

 

요근래 역사소설도 많이 읽고, 조금 딱딱한 인문학도 읽고 하다보니 그냥 생각없이 오롯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을 몇권 샀다. 그 중 하나가 '죽음'이었다. 작가를 보고 산 책이었다.

 

주인공인 가브리엘의 영혼은 영매인 뤼시에 의해 자신이 죽은 영혼임을 알게 된다. 하지만 왜 죽었지? 누가 죽였지? 이 의문을 알 수가 없다. 자신이 타살했다고 믿는 가브리엘의 영혼은 뤼시를 통해 자신을 죽인 사람이 누구인지 찾고자 한다. 영매인 뤼시는 영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물질세계의 사람이기 때문에 이를 이뤄줄 수 있다.

 

한편, 뤼시는 가브리엘을 통해 자신의 옛 사랑인 사미를 찾고자 한다. 사미로 인해 무려 8년간의 감옥살이를 해야 했지만, 사미를 믿는 뤼시는 그가 자신을 찾아오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지만, 사미를 다시 만나기를 원한다.

 

가브리엘 살인사건의 주요 용의자는 셋이다. 그의 쌍둥이 형인 토마, 그의 출판사 사장인 빌랑브뢰즈, 그의 영원한 앙숙인 비평가 장 무아지.

 

토마는 가브리엘과는 성향이 전혀 다른 쌍둥이 형이다. 상상력이 풍부하여 문학 방향으로 비범한 재능을 보인 가브리엘과 달리 이성과 합리적인 세계, 과학자의 길을 걷는 토마는 가브리엘의 유일한 특기마저 질투했다.

 

빌랑브뢰즈는 가브리엘이 죽고나자 가브리엘 버츄얼이라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만들어 가브리엘이 죽기 전 탈고하지 못한 <천살인간>을 인공지능을 통해 출간하겠다고 발표한다. 어쩌면 가브리엘의 죽음으로 인해 이득을 본 사람은 빌랑브뢰즈일까?

 

장 무아지는 가브리엘의 소설에 대해 냉렬히 비난한다. 문체가 쉽고, 상상력에 의존한 하급 문학이라며 비난하는데, 그럼에도 대중은 장 무아지보단 가브리엘의 책을 더 많이 사는 것에 분해 하는 인물이다. 가브리엘을 죽이고 싶어 안달 난 사람이었을지도 몰랐다.

 

어쨌든 가브리엘 살인사건의 살인자가 누구인가 라는 큰 스토리를 토대로 소설은 전개된다.

 

읽는 내내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소설의 주제가 워낙 참신했고, 전개도 재밌었지만, 마지막 결론은 다소 허무하기는 했다. 너무 그 살인자가 누구일까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그 궁금증을 완전히 만족시키기에는 너무 기대치를 올려논 탓이었던 것 같다.

 

총 2권으로 되어 분량이 꽤 되는데도 불구하고 거의 하루만에 뚝딱 읽어버렸다. 읽는 동안 정말 아무런 생각 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소설 속에서 장무아지는 가브리엘의 소설의 특징을 두고 비난한다. 장무아지는 줄거리보단 문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브리엘의 소설은 문체가 세련되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어쩌면 가브리엘의 소설의 특징이 베르나르베르베르 자신의 소설의 특징을 그대로 반영된 것이 아닌가 싶다.